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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경향신문 2012. 11. 19] [전문가 좌담]중국 중심으로 세계질서 재편하려 할 것… 과도기 극복이 큰 숙제

2012.12.06 5101

ㆍ‘중국 시진핑 체제의 출범과 그 의미’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대표되는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중국에서 10년 만의 권력교체가 이뤄졌다. 시진핑 체제 10년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경향신문은 지난 16일 편집국 6층 회의실에서 ‘중국 시진핑 체제의 출범과 그 의미’라는 주제로 중국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은 세계 경제·정치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시진핑 체제를 전망했다.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이 지난 16일 ‘중국 시진핑 체제의 출범과 그 의미’라는 주제로 좌담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시진핑 체제는 중국과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정남 교수(이하 이정남) = 시진핑 체제가 이끌어갈 10년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내실을 갖춰 실질적인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할 수 있느냐, 아니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댈 것이냐가 결정되는 시기다. 시진핑의 이번 당 대회 연설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계속 노력해 중화민족이 더욱 더 견고히 세계무대에서 자립하게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중국이 얘기하는 부국강병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10년이 될 것이다.

지만수 위원(이하 지만수) = 시진핑 10년은 세계 경제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과도기가 포함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르면 2016년에서 늦어도 2020년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관건은 시진핑 정권이 이 시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 아니면 내우외환 속에서 각종 예상되는 문제들에 시달릴 것이냐 하는 거다.

이상국 연구원(이하 이상국) = 대외정책 측면에서 장쩌민 전 주석 시기가 이미 미국의 질서로 짜여진 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응했던 시기였다면, 후진타오 주석 시기는 미국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과도기였다. 시진핑 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중국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 할 것이다. 국익을 실현하는 과정도 전에는 영토·지리적 개념 속에서 다소 방어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전략적 이익의 개념 아래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과 수단을 적절하게 조합할 것으로 본다.

- 시진핑 체제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가.

지만수 =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 내부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분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분배는 이미 후진타오 정부 초기부터 강조된 개념이다. 후진타오는 ‘균형적 성장’, ‘전면적 소강사회’를 통해 분배를 얘기해왔다. 그러나 그 시기는 성장 위주 경제정책이 펼쳐졌고, 불균형이 심화됐다. 앞으로의 시기는 시진핑이 먼저 던지지 않아도 분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팽배할 것이다. 10년 동안 쌓인 국민들의 기대를 시진핑이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정남 = 시진핑은 중국이 G2로 부상한 이후에 지도자 자리에 올랐지만 또 사상 유례없이 많은 도전을 안고 있는 지도자다. 권력승계 과정도 만만치 않았고, 정치·사회적으로도 상당히 불안정한 요인들이 내재돼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18만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공직사회 부패와 빈부격차 심화 등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또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7년 0.48을 기록해 위험수위인 0.4를 훨씬 초과했다. 최근 원자바오 총리의 축재 의혹 등으로 시민사회 내에서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떨어졌다. 소득격차를 비롯한 민생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해결해줘야 하는 어려운 국면에 있다.

이상국=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대중들의 불만이 쉽게 결집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부터 관료들의 부패까지 중앙정부가 하나하나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시대다. 중국의 정책이 지도자 한 명이 내는 것이 아니라 집단 내부의 복잡한 그룹들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진핑의 정책은 후진타오를 승계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큰 줄기에서 시진핑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만수 위원·이정남 교수·이상국 연구원(왼쪽부터)


▲ 지만수 위원 “2020년 GDP 미국 추월… 국민의 분배 요구 커질 것”
▲ 이정남 교수 “실질적 G2로 성장할지 결정할 중요한 10년”
▲ 이상국 연구원“미국과의 갈등 방지보다는 위기관리에 중점 둘 듯”

- 시진핑 정부는 분배 우선 정책을 예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까. 또 성장과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으로 보는가.

지만수 = 중국 경제는 기본 해법이 이미 정해져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기본 틀은 있었고 그 안에 기본적 경제 방향이 제시됐다. 핵심은 성장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수요적 측면에서 내수 확대를 통해 민간소득을 증대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금까지 전체 국민소득 중에서 가계소득이 떨어지고 있었다. 경제성장 효과를 기업들만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근로자들의 몫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중국도 미래가 불안하니까 소비가 줄어드는데, 장기적인 해결책은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떨어진 성장률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지 않는다. 정부가 성장에 돈을 쏟아부으면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요즘의 컨센서스는 성장률 7~8%대 유지가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변수는 투자인데, 중국의 국유기업은 우리의 재벌 문제와 비슷하다. 지금 국유기업들이 은행의 돈을 다 쓰고, 사업 영역을 잠식해서 민간기업들이 작은 사업 하나 하기도 어렵다. 국유기업에 대한 암묵적 지원을 없애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 중국의 정치개혁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이정남 = 중국 정치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안정적 경제성장뿐 아니라 개혁·개방, 부국강병이 어렵다는 것이 현재 보편적인 문제의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논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시진핑 정부 10년 동안 민주주의는 중요한 변수가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럼에도 시진핑은 어떤 식으로든 정치개혁을 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세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법치를 가능토록 하기 위해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사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공산당 통치능력의 제고다. 지금 들고 나온 당내 민주화, 정책 결정·집행·감독 기능 분화 등이 그것이다. 세번째는 변화하는 시대에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새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공산당은 신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자본주의가 나타나면서 기존의 이데올로기가 희박해졌다. 이런 가운데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근로자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다. 공산당으로서는 이데올로기적인 신념의 단결이 필요하다.

- 중국 정치개혁의 주요한 축이 될 시민사회는 성장하고 있는가.

이상국 = 중국 시민사회의 흐름이 아직 주목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좀 다르게 본다. 2008년 중국의 저명 지식인 303명이 민주화를 요구했던 ‘08 헌장’을 비롯해 SNS의 확산과 더불어 국가권력을 향한 대중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한꺼번에 터져나온다는 것은 시민사회 진영 내 아무런 준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 시민사회에 우리에게 잘 파악되지 않은 조직들이 있고, 내부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이정남 = 중국 시민사회 내에서 반체제 운동의 맥락은 확실히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다양한 논의가 나와서 주류가 형성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만한 시민사회 청사진은 없다. 산발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제기나 시위는 있으나, 조직화된 흐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재선됐다. 미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상국 =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지역 내에서의 강국화,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차원의 패권을 지향하고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역시 아시아 회귀전략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이 만들어놓은 판대로 중국을 끌고가려 해 갈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의 양상은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경제적인 상호의존도가 심해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 양국 관계가 단절되면 두 나라 모두 경제적·물리적 손상을 입는다. 갈등을 방치하기보다 위기를 관리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특히 중국 대외정책 흐름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아시아 회귀를 차단하며, 신흥경제국(브릭스) 견인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지만수 = 경제적 관점에선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마찰의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 과거에는 마찰이 주로 무역에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환율과 투자분야에서도 커질 것이다. 더욱이 투자, 기업과 관련한 분야는 국민감정이 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어 큰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 한반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정남 = 북한 문제가 터지면 미국은 한반도에 가까이 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이 한·미·일 동맹으로 엮어지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가 안정되길 원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을 계속 포용할 것이다. 한반도만 안정되면 시진핑 시대 한·중 관계는 후진타오 때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

이상국 = 동의한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크게는 평화안정,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현상유지를 원한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국과의 갈등 전선은 확대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본다.

지만수 = 대북 투자와 관련 중국기업들은 이제 정부 말을 듣지 않는다. 북한에 투자했다가 이익 본 기업이 없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북한을 투자보다는 원조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내수시장에 관세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진행 | 홍인표 논설위원>

(원본 링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192200525&code=9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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