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map

대외활동

남성욱(북한연구센터장)_ [칼럼] 문대통령이 평양에서 할 일, 세계일보, 2018.9.17

2018.12.18 1802

문재인 대통령의 3차 남북정상회담은 집권 후 세 번째 개최를 의미한다. 한편으로 전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평양을 방문하는 남한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2000년 평양에서 최초로 개최된 김대중·김정일 정상 간 회담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 극도의 긴장과 흥분 속에서 진행됐다.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 간 회담은 임기 말이기는 했지만 최초의 육로 방북에다 양 정상 간의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북한 노동신문 표현대로 “북남 간 수뇌 상봉으로 민족의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민족주의가 한반도에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1차 평양 정상회담 이후에도 2006년 북한은 핵실험을 자체 일정대로 감행했다. 이후 보수, 진보정부를 가리지 않고 5차례의 추가 핵실험을 결행해 헌법과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을 선언했다. 과거 두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의 키워드는 ‘우리 민족끼리’였다. 민족 공조 분위기가 1, 2차 평양정상회담과 유사할 수 있겠지만 국제적인 여건과 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 바 있고 사회주의의 성지(聖地)인 평양이라는 홈그라운드에서 진행되기에 다양한 상징조작을 통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3차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라는 국제적인 ‘뜨거운 감자’를 해결해야 하는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과거 평양 정상회담과는 달리 매사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200여명의 방문단에 대기업 총수까지 동행해 묵시적으로 경협 메시지를 북한에 던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미 수출 등 미국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은 남북경협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에 해당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환영과 환송 만찬에서 북한 안내원이 강권하는 백두산 들쭉술에 취해 던지는 호기의 발언은 추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 경험에서 불문가지다.

부수적인 우려를 제외하면 3차 평양 정상회담의 핵심은 교착상태에 처한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7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의 결과는 싱가포르 합의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표출했다. 총론적이고 모호한 합의는 이행에서 갈등을 초래한다. 폼페이오의 핵과 미사일 리스트의 신고 및 비핵화 시한 제시 요구에 대해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은 “강도 같은 행태”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양측의 갈등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제안으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곡예비행 중이다. 북한은 풍계리와 동창리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의 폐쇄와 철거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며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념적이지 않은 행태,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와 탄핵 가능성으로 워싱턴의 국내정치도 예측불허 상황이다. 북한이 이번 비핵화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비핵화는 장기전으로 가며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사태의 엄중함과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특사단처럼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아 국민에게 알리기보다는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이미 특사단의 보고로 김 위원장의 복안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신고와 검증 절차’를 충족시킬 방안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미국의 정책을 이해시켜야 한다.

북한은 이미 2003년 제출했던 핵시설의 리스트와 미국이 보유한 정보가 불일치해 이를 검증하는 문제로 갈등이 격화됐던 추억으로 예민할 것이다. 반면 신고, 사찰, 검증은 모든 비핵화의 ABC조치인 만큼 이 문제의 진전 없이 비핵화는 유명무실하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의 초기단계에서 신고와 검증조치를 이끌어내는 ‘문의 기적’을 평양에서 합의한다면 역사적인 과업 수행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반면 2박3일 동안 비핵화에 관한 총론적인 단어로 일관하고 귀환한다면 추석 식탁에서 ‘그저 그런 정상회담’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 세계일보
[원본링크] - http://www.segye.com/newsView/20180916002622

첨부파일
Sit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