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map

연구논저

"해방인가, 분리인가" (이동준 HK연구교수)

2013.01.14 Views 164808

논문제목: "해방인가, 분리인가"

저자: 이동준 (HK연구교수)

출판정보: 『아세아연구』 554(2012 12)

 

 

2차 세계대전 후 동아시아의 최대 화두는 일본제국의 해체와 이에 동반된 일본 식민지의 ‘분리’였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패전을 규정하고 그 책임을 물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대일강화조약은 제국과 식민지의 ‘분리,’ 구체적으로 인간과 재산, 권리의 ‘분리’ 문제에 대응하지 못했다. 전쟁 당사국들이 고안한 ‘분리’의 구조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를 묵인 혹은 추인한 가운데 도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결과 승자(미국)와 패자(일본)는 가려졌으나, 일본 제국주의의 ‘최대’ 희생자에 대한 고려, 즉 식민지 청산문제는 논의에서 제외됐다.

 

승자와 패자,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은 스스로를 ‘해방된 자’로 규정했다. ‘해방된 자’는 제국주의의 불법과 억압을 뚫고 일어선 자이기에 승자 이상의 권리와 이익, 명예의 회복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국은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이 요구한 ‘해방’은 수용되지 않았고 한국 국내만의 논리로 환원되고 말았다. 전후 한일관계사는 이처럼 ‘분리’의 논리가 ‘해방’의 논리를 봉인하고 배제하는 역사였다. 그 위에 냉전의 논리와 경제의 논리가 새롭게 덧씌워졌다. 한일관계가 의사(擬似)동맹의 관계로 발전하고, 경제적 통합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리’와 ‘해방’의 틈새는 좀체 메워질 수 없었다.

 

우리의 ‘해방’은 글로벌 개념인 ‘분리’라는 프리즘을 통해 상대화할 때 비로소 객관적 사실로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이는 결코 우리의 지상 목표였던 ‘해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해방’을 세계적 잣대를 통해 상대화함으로써 그 밑에 숨어 있는 참뜻을 찾아내기 위한 작업이다. 우리의 ‘해방’은 ‘분리’라는 제국주의 시대가 낳은 ‘불편한(혹은 부당한) 논리’와 당당히 맞설 때 오히려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첨부파일
Site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