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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

남성욱, [포럼] 北과 적당한 타협, 無타협보다 나쁘다, 문화일보, 2018.05.18.

2018.07.05 1403

북한과의 회담은 시작이 반이 아니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단계별로 암초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차례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했다. 북한은 3인의 한국계 미국인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외신 기자들을 소집했다. 이로써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양측이 원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 낙관한다면 동북아 국제정치에 문외한일 것이다. 

물밑의 조정이 한계에 이르렀다. 마침내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이라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 살라미 전술의 대가인 백전노장이 총대를 메고 반격을 시작했다. 전통적인 대미 비난 논조로 복귀했다. 동시에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한국을 거칠게 비난했다. 20일 만에 남북관계가 ‘출렁’대기 시작했다. 25년간의 난제가 총론에서 각론 합의에 들어서는 순간 불협화음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을 싸잡아 비난해 한·미 관계를 이간한다. 상대에 대한 치켜세우기와 덕담은 끝날 수밖에 없다. 

6·12 공동 선언문에 3대 쟁점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수준 문장으론 불가능하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위한 사찰과 검증 △단계적·동시적 폐기와 보상 △폐기 일정이라는 세 쟁점을 양측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공동선언문에 담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화해만큼이나 어렵다. 

북한의 공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우선, CVID를 계속 밀어붙이는 경우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완전히 예상했던 것’이라면서 “만나길 원하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고, 만나지 않길 원한다면 그것도 괜찮다.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CVID에서 후퇴하지 않는다”면서 “핵 포기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싱가포르 회담은 매우 짧게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대로 6개월 안에 북한의 핵무기 반출을 계속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확고한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좋은 합의(Good Deal)’를 고수하는 시나리오다. 

다음으로, 북한의 불만을 진화하는 ‘트럼프 모델’의 선택이다. 백악관은 “리비아식 모델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딱 떨어지는 모델은 없으며 이건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 전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양측이 판을 깨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이제 적당한 타협이 무(無)타협보다 나쁘지 않다는 논리가 백악관에서 나돌 가능성이 작지 않다. 노벨상 수상에 기대감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전 세계를 향해 이벤트를 전개할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및 2020년 대선 등 미국 국내정치 일정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겐 무합의(No Deal)보다는 ‘나쁜 합의(Bad Deal)’가 바람직하다. 결국, CVID 방식에서 절반 정도 후퇴한 ‘좋지 않은 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의 제조된 핵무기, 현재의 플루토늄 및 농축우라늄, 미래의 핵실험장과 시설 등에서 절반 수준의 비핵화가 논의될 수 있다. ‘나쁜 합의’는 과거의 9·19 공동성명보다는 진전되겠지만, 북한은 핵군축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덕택에 제재 완화 등 각종 경제적 보상을 즐길 것이다. 북한의 핵 있는 평화론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518010739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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