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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오피니언]美軍철수 주장 복창은 利敵행위다, 문화일보, 2018.05.03.

2018.07.05 1579

영국의 분쟁 전문기자 팀 마셜은 2016년 저서 ‘지리의 힘’에서 ‘한국,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다’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불변의 지정학적 특성을 망각하면 주권을 상실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념들은 부침이 있지만, 삶을 규정하는 지정학적 진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신중하고도 정밀한 분석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 잡지에 실린 견해가 구독자들의 지지를 받으면 뒤에 미국 정부의 정책이나 법률로 등장하게 된다.

포린어페어스가 문 특보의 글을 게재한 것은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워싱턴의 조야 전문가들은, 비공식 입장이지만 문 정부의 미래 복안이 어떤 것인지를 추측하는 논거로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상황의 진전으로 거론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주한미군과 논리·맥락이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먼저, 주한미군의 역사는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유래한다. 조약에 따르면 양측은 상호 합의에 따라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 중국 등과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해서 주한미군을 바로 철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완결된다면 주한미군의 규모, 성격 등은 변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한·미 동맹의 정수(精髓)인 주한미군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지만, 이차적으론 동북아의 군사 균형추 역할을 과거·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해야만 한다. 주한미군은 대륙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한반도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 패권 강화 및 일본의 군사 대국화 대처에 한국의 독자적인 국방력으론 한계가 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정상회담 후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아태지역, 특히 동북아의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도 미군은 존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꺼낸 적이 없다고 했지만,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연일 주한미군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는 기존 대남 적화통일 전략의 일환이다. 북한군 입장에서 한·미 동맹은 버거운 상대지만, 한국군만 상대하는 분쟁은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우리민족끼리’의 감성 논리를 내세우면 남한 국방력은 얼마든지 압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 대통령도 즉각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국내 주둔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 문제는 중국과 미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다. 한국 안보의 버팀목을 근원부터 흔드는 것은 한반도를 강대국의 경유지로 만드는 ‘안보 자살’이자 이적(利敵)행위다. 북핵 폐기를 둘러싼 불투명한 안보 상황에서 혼선을 키우는 대통령 특보의 행위는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세기적인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회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50301073111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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